예고편을 보고선 화려한 액션에 반해 보게 되었다. 드라큘라 원작의 소설은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고 영화나 만화, 판타지 소설등에서 설정으로만 봐왔기에 드라큘라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브람 스토커의 소설의 주인공이고 루마니아의 전쟁영웅이던 블라드 3세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것. 그의 별명이던 체페슈(꼬챙이)를 블라드 체페슈라는 이름으로 만들고, 드라큘라는 용의 아들을 의미하는 별명이라는 것 정도만 알았다.
액션을 기대하고 갔지만 화려한 액션과 CG에 못지않게 이번 영화는 가족애, 군중심리, 대중선동, 정치인, 희생, 배신, 애국심 등 많은 사회 문제와 이상적인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 괴물이라고 할 수 있는 뱀파이어지만 드라큘라가 뱀파이어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고 다크 히어로로서의 드라큘라를 보여주려 한 것 같다.
단순히 코믹스의 슈퍼히어로 같은 막강한 힘을 가진 주인공의 액션 활극으로 끝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어느 것 하나 끊기지 않고 이야기가 부드럽게 이어졌다. 힘을 얻는 과정에서부터 희생 했지만 반대에 직면하고, 배신을 당하는 것 까지 스토리가 물 흐르듯이 이어졌다. 슈퍼 히어로 영화라고 봐도 될 영화에서 이런 많은 것들을 집어 넣고 이렇게 짧은 러닝타임에서 개연성 있게 연출을 하기란 쉽지 않았을텐데 감독과 연출가들의 노력이 느껴졌다.
줄거리
주인공인 드라큘라는 어린시절 투르크 제국의 소년병으로 바쳐져 수많은 전장에서 수천명을 꼬치에 꿰어 죽였던 전쟁영웅이다. 적을 굴복시키는 것에는 공포가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경험으로 알고 이용할 줄 아는 인물이다. 하지만 전장에서 돌아온 후에는 사랑하는 여인과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며 아들을 얻고 자신의 영지의 백성들에게 봉사하며 10년간 평화를 이끈다.
그런데 어느 날 찾아온 투르크 사신의 소년병 1000명 요구에 가신들과 백성들 모두 동요한다. 자신의 자식을 사지로 몰고 싶은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하나 나서지 않고 그저 블라드의 입만 쳐다본다. 가신들은 요구를 수용하라고 블라드를 압박하지만 블라드는 홀로 술탄을 찾아가 협상을 한다. 협상은 수포로 돌아가고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까지 볼모로 보내게 된다. 그리고 블라드는 아들을 보내지 않으려는 아내의 절규와 원망, 아들의 다부진 모습에 과거 투르크 제국에 소년병으로 보내지던 자신의 모습을 본다. 더이상 물러설 수 없었던 블라드는 소년병들을 데리러 온 병사들을 다 죽여버린다. 이미 자신의 영지는 투르크 군의 세력권에 있어 동맹 가능한 세력도 없고 멀리 있는 유럽나라들에게 구원요청도 불가능한 상황. 자체적인 군사력으로 막을 수 있어야 하지만 투르크 군사들은 수십만의 정예병에 수많은 전투로 다져진 숙련된 전사들이었다. 싸워야 하는 병사나 백성들 또한 10년의 평화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 현실적으로는 도저히 난관을 극복 할 수가 없는 상황. 거기에 이제 영지가 투르크 군에 의해 망할 것이라고 비난하는 가신단들. 블라드는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불가사의한 힘을 가진 비상식의 괴물, 뱀파이어가 있는 산으로 떠난다.
뱀파이어는 공포와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자신을 보는 블라드에게서 흥미를 느끼고 게임을 제안하며 힘을 준다. 막강한 뱀파이어의 힘을 얻게 된 블라드는 몰살 직전의 영지를 구해낸다. 영지의 병사, 백성, 가신단 그 중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서. 하지만 그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 스스로 괴물이 되어 희생을 하는 블라드를 병사, 백성, 가신단, 심지어 피난해 있는 수도원의 수사 마저 블라드를 괴물로 취급하고 죽이려 할 뿐이다. 당장 밖에 그들을 죽이려고 혈안인 투르크 병사들이 시시각각 다가옴에도 그들을 구해준 은혜와 희생은 잊고 마치 인간이 본능적으로 맹수나 독사에게서 공포를 느끼는 것처럼 두려워하고 죽이려 한다.
밤이 찾아온 덕분에 블라드는 간신히 살아남고 자신을 두려워 하는 영지민들을 뒤로하고 그들을 지키기 위해 술탄이 끌고 온 십만의 병사와 맞서 싸운다.하지만 술탄의 양동작전으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아들마저 술탄에게 납치당한 상황. 아내는 자신은 죽지만 아들은 아직 살아있다며 그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피를 마시고 완벽한 뱀파이어가 되기를 강요한다. 피를 마심으로써 진정한 뱀파이어가 된 블라드는 투르크 병사들이 지나간 자리에서 죽어가는 자신의 영지민들을 뱀파이어로 만들어 복수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복수심에 가득찬 뱀파이어들에 의해 투르크 병사들은 몰살 당하고 술탄마저 블라드에게 당한다. 하지만 복수가 끝나고 복수심이 사라지며 뱀파이어의 피에 대한 갈증에 빠져버린 영지민들. 유일한 인간인 블라드의 아들을 노린다.하지만 때마침 수사에 의해 블라드의 아들은 구해지고 블라드는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을 열어 태양빛으로 자신을 비롯한 뱀파이어들을 몰살 시킨다.
에필로그 : 일반 영지민들에게 조차 떠돌이라고 멸시당하며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하던 집시는 드라큘라를 주인이라고 부르며 자신의 피로 되살려 낸다. 현대로 시간이 이동하여 지나가던 드라큘라 '블라드'는 자신의 아내와 똑같이 생긴 여인을 보고 운명을 느낀다. 그리고 두 사람이 지나간 뒤를 블라드를 뱀파이어로 만들었던 마스터 뱀파이어가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며 따라간다.
난 아무리 찾아봐도 2편이 나온다는 기사나 정보를 못 찼겠지만 사람들의 얘기로는 속편이 나온다고 한다. 뱀파이어, 늑대인간등이 주인공인 다크 히어로가 나오는 '어벤저스' 와 비슷한 시리즈를 만든다고 한다. 아마도 숀 코넬리가 나왔던 '젠틀맨 리그'와 비슷한 영화가 나올 것 같다. 그리고 그 시리즈에서 드라큘라가 나올 때 '루크 에반스'가 드라큘라 역으로 나온다고 한다. 그러니까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시리즈 같은 하나의 스토리의 주인공이라고 한다. 일단 실패는 아닌 것 같은데 과연 속편이나 시리즈가 만들어질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스트레인에서의 괴물 같은 뱀파이어나 트루블러드의 탐욕적인 뱀파이어, 트와일라잇의 감성적인 뱀파이어들에 질려 있었는데 뱀파이어의 대명사라고 불린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리메이크 해서 다크 히어로로 되살려 냈다는 것에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영웅으로서의 드라큘라는 자신의 나라와 가족을 지키고 영지민을 구하기 위해 남에게 싸우기를 강요하기전에 먼저 자신이 희생하고 나서는 모습에서 진정한 지도자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득이 있는 곳에 앞장 서서 얼굴을 비치는 정치인이 아닌 어려운 일,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앞장 서는 영웅으로서의 지도자였다. 그런 영웅 드라큘라가 영지민을 구하기 위해 적과 맞서 싸우며 자신의 아내도 잃고 괴물이 되었지만 영지민들과 가신들 조차 2번의 배신을 하는 것을 보면 영웅의 길은 남이 알아주지 않는 고난과 희생의 길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또 백성들로 표현되는 일반 대중들은 어려움에서 자신을 구해줄 영웅을 원하지만 위기가 지나면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영웅도 죽이려 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게 배신당하고 스스로 죽음을 맞이한 드라큘라를 살린 것은 항상 멸시받는 처지를 벗어나고 싶어하던 집시였다. 결국 드라큘라는 영지민을 위해 희생했지만 배신당하고 드라큘라를 필요로 하는 또 다른 사람에 의해 구해진다. 감독은 영웅은 사람들이 필요로 할 때 만들어진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 같다.